오늘 시장이 말해준 것
미국 3대 지수가 일제히 소폭 하락했다. 다우 -0.09%, 나스닥 -0.24%, S&P 500 -0.05%. 숫자만 보면 평온해 보이지만 속은 달랐다. 반도체(SOXX)가 -5.64%를 기록했고, 2차전지(LIT)도 -3.21%였다. 한국 성장주 투자자 입장에서 이 두 숫자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반면 헬스케어(XLV)는 +3.03%, 바이오테크(XBI)는 +2.50% 올랐다. 같은 날, 같은 시장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갈림이 생겼다. 시장이 '성장주 말고 방어주'를 선택한 날이었다고 나는 읽었다. 원달러 환율은 1,535원으로 전일 대비 -0.74% 내렸는데, 원화 강세가 수출주엔 또 다른 변수가 된다.
급등 종목 앞에서 내가 하는 행동
오늘 거래량 급증 종목 목록을 봤다. 티이엠씨씨엔에스는 거래량이 15.8배 늘고 주가가 +30% 뛰었다. 광주신세계도 +30%, 금호건설도 +30%였다. 숫자가 강렬하다. 손이 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게 솔직한 반응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날 특히 조심하는 편이다. 거래량이 수십 배 터지면서 주가가 상한가 근처까지 가는 종목에는 '내가 아는 정보'보다 '누군가 먼저 아는 정보'가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보 비대칭이 가장 극단적인 순간에 뒤늦게 뛰어드는 셈이다. 보해양조는 거래량이 6.2배 늘었는데 -15.9% 하락했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 자체가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걸 이 종목이 잘 보여준다.
오늘 AI 실험 포트폴리오는 유한양행, SOOP, 금호타이어, 웹젠을 신규 매수했고 당일 수익률은 +0.88%였다. 누적 수익률은 -2.44%로 아직 마이너스 구간이다. 나는 이 숫자를 볼 때마다 '지금 더 공격적으로 가야 하나'는 생각이 한 번씩 올라온다. 그런데 오늘 같은 장, 반도체가 5% 넘게 빠지고 급등주들이 난무하는 날에 포지션을 급하게 늘리는 건 수익률 회복보다 손실 확대로 이어진 경험이 더 많았다. 오늘 AI의 기록을 보면 현재 보유 종목은 8개다. 이 이상 늘리지 않는 것 자체가 오늘의 판단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전략이다
코스피200 선물·옵션 분기 만기일이 오늘(6월 29일)이다. 만기일 전후 수급 노이즈가 크다는 건 경험으로 안다. 여기에 미국 5월 PCE 물가지수까지 발표되는 날이다. 지표가 두 개 겹치는 날,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 종목의 흐름이 미국 헬스케어 강세와 맞물려 어떻게 나올지는 솔직히 나도 모른다. 관망이 답인 날이 분명히 있고, 오늘이 그런 날에 가깝다고 느꼈다.
나는 현금비중을 줄이는 결정을 '좋은 종목을 찾았을 때'가 아니라 '확신이 생겼을 때' 하려고 한다. 오늘처럼 섹터 간 격차가 크고, 만기일 노이즈가 있고, 거래량 급등 종목이 난무하는 날에 그 확신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었는지, 당신은 어떻게 판단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