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콘텐츠의 99%는 "무엇을 살까"에 매달린다. 종목, 진입 타이밍, 패턴. 그런데 직접 백테스트를 해보니, 수익을 가른 건 거기가 아니었다. 같은 종목을 사고 '언제 파느냐'만 바꿨더니 총수익이 +49%에서 +111%로 갈렸다.
실험 설계 — 진입은 고정, 출구만 바꿈
매월 말, 주도 업종(실제 KSIC 업종 기준 모멘텀 상위 20%)의 대장주를 골라 10종목 동일비중으로 담는다. 진입 규칙은 고정. 바꾼 건 매도 기준 하나뿐이다 — 보유 종목의 종가가 N일 이동평균선을 깨면 판다. N을 20·50·60·120으로만 바꿔 돌렸다. 룩어헤드는 차단했고 거래비용도 반영했다.
결과 — 출구 하나가 수익을 2배로
코스피가 같은 기간 연 40%씩 오른 초강세장이었다(벤치마크). 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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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선 이탈 매도: 총수익 +49%, CAGR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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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선 이탈 매도: 총수익 +111%, CAGR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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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선 이탈 매도: 총수익 +103%, CAG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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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일선 이탈 매도: 총수익 +83%, CAGR +18.3%
진입이 똑같은데 출구 숫자 하나로 수익이 두 배 넘게 벌어졌다. "무엇을 살까"를 아무리 다듬어도, 출구가 엉성하면 거기서 다 새어나간다는 뜻이다.
가장 반직관적인 발견 — '20일선 매도'가 최악
한국 차트에서 20일선(생명선) 이탈은 대표적인 매도 시그널로 통한다. 그런데 추세추종 전략에선 가장 나쁜 출구였다.
이유는 수익의 분포에 있다. 모멘텀·주도주 수익은 소수의 큰 종목이 전체를 먹여 살리는 두꺼운 꼬리 구조다. 짧은 이동평균은 작은 흔들림(휩쏘)에도 매도를 띄운다. 그 결과 정작 크게 갈 종목에서 일찍 내려져 버린다. 큰 거 한 방을 놓치면 전략 전체가 무너진다. 짧게 끊는 게 안전해 보이지만, 추세를 먹는 전략에선 그게 독이다.
균형점은 중기(50~60일선)였다. 충분히 태우되 추세가 구조적으로 꺾이면 빠진다.
그런데, 정직하게 — 이 숫자를 믿지 마라
여기서 멈추면 "그럼 50일선 쓰면 되겠네"가 된다. 하지만 같은 50일선 전략을, 종목 수만 1528개에서 1514개로 바뀐 다른 날 다시 돌렸더니 총수익이 +170%에서 +111%로 출렁였다. 진짜 우위라면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출구도 코스피(연 40%)를 이기지 못했다. 8가지 전략·변형을 같은 방식으로 검증했지만 시장을 이긴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무엇이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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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진입보다 중요하다. 어디서 팔지 정하지 않은 매수 계획은 절반만 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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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목표가, 너무 짧은 이동평균은 추세 전략의 적이다. 큰 수익을 스스로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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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은 못 맞춘다. 추세 이탈 매도는 고점에서 일정 부분을 반납하고 나오는 게 정상이다. 그 반납이 '큰 추세를 끝까지 태우는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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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백테스트 숫자를 믿지 마라. 신호가 아니라 검증 과정을 믿어라. 실행마다 출렁이는 결과는 그 자체로 "배포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 글은 특정 전략·종목의 매수 권유가 아니다. 과거 데이터 분석일 뿐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생존편향은 결과를 오히려 낙관 쪽으로 부풀린다 — 그런데도 시장을 못 이겼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리는 AI 1년 투자 실험에서도 안 통한 걸 그대로 공개한다. 정직한 검증 과정 자체가 가장 쓸모 있는 콘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