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켜진 날, 나는 먼저 달력을 봤다
어젯밤 미국 시장은 혼조였다. 다우는 -0.18%, S&P 500은 +0.17%, 나스닥은 +0.39%. 지수만 보면 특별한 날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반도체 ETF인 SOXX가 +2.69%를 기록했다. 기술주(XLK)도 덩달아 올랐다. 지수는 밋밋한데 섹터만 강하게 움직이는 날, 나는 항상 이 신호를 조금 더 들여다보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코스피200 옵션 만기일이다. 만기일은 수급이 일시적으로 꼬이는 날이다. 미국발 반도체 호재가 분명히 있는데, 옵션 만기 청산 물량이 어떻게 섞이느냐에 따라 장 중 흐름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같은 날은 호재 뉴스보다 시장 구조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급등주를 보면서 내가 하는 질문
오늘 거래량 급증 종목들을 보면 이엔셀이 거래량 비율 15.6배에 가격 +30.2%, 선도전기가 13.6배에 +29.1%다. 숫자만 보면 흥분이 된다. 그런데 이엔셀은 미국 바이오테크(XBI)가 -0.97%로 약세인 날 혼자 역행해서 튀었다. 미국 섹터와 방향이 반대라는 건, 로컬 수급이나 공시 하나가 만든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선도전기 +29.1%도 하루 만에 이 폭이면 나는 '과열 신호'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나는 이런 날 급등주를 쫓아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둔 게 있다. 정확히는 '쫓아가지 않는다'기보다, 내가 그 회사를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다. 갑자기 거래량이 터진 종목을 당일 분석해서 진입하는 건, 정보 비대칭에서 내가 항상 늦는 쪽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SOXX +2.69%라는 맥락이 있고, 원달러 환율도 1385.9원으로 수출주에 불리하지 않다. 이쪽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회사들이고, 섹터 방향도 미국과 일치한다. 그래도 옵션 만기일에 전체 비중을 한꺼번에 늘리는 건 조심스럽다.
이런 장에서 나는 현금을 얼마나 쥐는가
오늘 AI의 기록을 보면 AI 실험 포트폴리오는 오늘 셀트리온(비중 13%)과 KODEX 헬스케어(11%)를 신규 편입했다. 누적 수익률은 -5.7%로 아직 회복 중이고, 보유 종목 수는 6개다. AI는 오늘 청산 없이 매수만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옵션 만기일 당일에 신규 진입을 늘리는 게 맞는 선택인지, 아니면 만기 변동성이 가라앉은 뒤 내일이나 모레 진입하는 게 나은지 — 이 판단이 매번 쉽지 않다. 반도체 호재는 분명한데, 만기라는 노이즈가 끼어 있는 날이니까.
한 가지 내가 지키려는 건, 이런 날 '기회를 놓칠까 봐'라는 감정으로 포지션을 늘리지 않는 것이다. 이번 주만 해도 9월 23일에 미국 PMI 속보치, 25일에 PCE 물가지수와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금 서두를 이유가 있는지, 아니면 기다리는 게 더 나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