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장이 보낸 신호
어젯밤 미국 시장은 혼조로 마감했다. 다우가 +0.1%로 겨우 버티는 사이, 나스닥은 -1.25%, S&P500은 -0.47% 내렸다. 섹터 그림은 더 선명했다. 에너지 +2.97%, 필수소비 +2.11%가 올라간 반면 기술 -1.79%, 반도체는 -3.35%까지 밀렸다.
이 구도는 내게 꽤 익숙한 신호다. '경기 방어 심화'. 돈이 성장주에서 빠져나와 배당주, 필수소비, 유틸리티로 흘러가는 장이다. 원달러 환율도 1,342.5원으로 소폭 올랐다(+0.26%).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 자산 매력이 조금씩 희석되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런 날엔 교과서적으로는 한국전력이나 SK텔레콤 같은 방어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미국 필수소비 강세가 한국 유틸리티 섹터로 동조될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AI는 반도체를 더 담았다
오늘 AI의 기록을 보면 좀 의아한 선택이 눈에 띈다. 당일 신규 매수 목록에 SK하이닉스(비중 19%), KODEX 반도체(10%), 한미반도체(3%), DB하이텍(3%)이 줄줄이 들어가 있다. 반도체가 -3.35% 급락한 바로 그날,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결과는 썩 좋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진입 후 -3.09%, KODEX 반도체는 -3.52%, DB하이텍은 -5.32%다. AI 실험 포트폴리오의 당일 수익률은 -1.16%, 누적 수익률은 -7.14%까지 내려와 있다.
이게 '바닥 잡기'인지, '하락 추세에 역행한 실수'인지 지금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 매크로 바닥 신호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도체에 과감히 진입하는 건 분명 리스크다.
나라면 이 자리에서 무엇을 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장에서 현금 비중을 먼저 생각했을 것 같다. 반도체 낙폭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싼 게 아니다. 추세가 꺾인 구간에서 평균 단가를 낮추려다 손실을 키운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반면 에너지·필수소비 강세가 방어주 수혜로 이어진다면, 한국전력 같은 종목을 소량 관찰하면서 자리를 기다리는 편이 지금 환경에서는 더 맞는 태도일 수 있다. 오늘은 한글날 대체공휴일로 한국 시장이 쉬고, 미국에서는 9월 CPI 발표라는 중요한 지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CPI 결과 하나가 반도체 방향을 다시 바꿀 수도 있다.
운송주인 천일고속(+22.6%, 거래량 17배)과 동양고속(+27.2%, 거래량 16.8배)처럼 거래량 급증 종목도 눈에 들어오지만, 기술적 반발 성격이 강한 급등을 추격하는 건 내 습관과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