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는 '마법'이라고들 한다. 워런 버핏도 말했고, 경제 유튜버마다 반복한다. 나도 그 말을 수백 번은 들었다. 주식도 복리라 하는데 주가가 우상향하고 계속 쌓여야 복리 아닌가 싶다.
만또 복리 계산기에 월 50만원, 연 수익률 7%, 기간 20년을 입력했다. 원금 1억 2천만원, 최종 금액 약 2억 6천만원. 이자 수익만 1억 4천만원.
처음엔 '오' 했다. 그다음엔 이상하게 허탈했다.
숫자는 맞는데 감정은 왜
2억 6천만원은 분명 큰 돈이다. 근데 20년이라는 시간이 옆에 붙으면 갑자기 무게가 달라진다. 20년 후 나는 몇 살이고, 그때 그 돈으로 뭘 하고 싶은지, 그 시간 동안 뭘 포기해야 하는지.
계산기는 그런 질문에 답을 안 준다. 숫자만 준다. 그게 계산기의 역할이니까 맞는 거긴 한데.
복리의 마법은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만 작동한다. 그런데 그 시간은 거꾸로 보면 '내가 살아내야 하는 매일'이기도 하다. 결과만 보면 환상적이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 매일 50만원을 떼어내고 시장의 변동성을 견뎌야 하는 매 순간은 환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배당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20년 뒤 목돈보다 지금 당장 배당이 들어오는 구조가 더 와닿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배당과 복리 가이드를 읽다 보면 두 전략이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한다는 게 나오는데, 그럼에도 '어떤 방식이 나한테 맞는가'는 숫자가 아니라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월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 30만원과 20년 뒤 통장에 찍힐 2억 6천만원 — 같은 합산 가치를 가진다 해도 사람마다 체감 만족도가 다르다. 미래의 큰 돈을 위해 지금을 견디는 사람과, 매월 작은 보상을 받으며 가는 사람.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계산기가 못 보여주는 것
계산기는 평균 수익률 7%를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30%인 해와 -25%인 해가 번갈아 나온다. 평균은 맞지만, 그 평균에 도달하기까지 견뎌야 하는 -25% 구간에서 대부분 사람은 손절한다. 내가 본 가장 큰 함정이 이거였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그 수익률에 도달할 때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능력이다. 계산기는 그 능력치를 측정하지 않는다.
FIRE 계산기도 같이 돌려보길 권한다. 같은 숫자를 다른 각도로 보여주면, 적어도 한쪽이 좀 더 와닿는 순간이 온다.
계산기를 닫고 나서도 그 이상한 감정이 꽤 오래 남았다.